일본 취업 1년간의 소회.
작년 2월 28일 일본에 넘어온 이후, 일본에서 일을 한지 1년이 딱 지났습니다.
낯선 외국에서 직장을 잡고 혼자 자취하면서 이런 저런 일도 많았고,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일본 오기 전날까지, 짐을 쌌다 풀었다 하면서 뭘 들고 가야 하는지, 이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혼자가 된다는 기분으로 인해 심란하긴 했습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또한 집에서 통학을 했기 때문에 가족들과 늘 같이 살았으며, 군대는 공익으로 갔기 때문에 약 한달,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결국 일본에서 초반 연수를 받는 기간을 넘어서 근무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 완전히 혼자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넘어왔습니다.
다행이 첫 3개월 정도는 신졸자 연수로 인해 동기들과 같이 쉐어하우스에서 지냈습니다. 덕분에 초기 일본 생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통장 개설과 주민등록같은 절차도 회사와 같이 진행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정말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미 일본에 정착하여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휴대폰 개통, 기타 처리사항을 큰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회사의 연수를 도쿄와 요코하마를 오다니며 받았습니다. 이전 기수와 지금 신입 기수들에 비해, 신졸자 수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도쿄가 아닌 곳에서 연수를 받지 않고 도쿄 한복판에서 받았기 때문에, 정말로 만족했습니다. 도쿄 23구 내에서 살며, 도쿄 시내에서 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평일 저녁과 주말에 도쿄 관광을 하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약 3개월동안 도쿄에서 가 봐야 한다는 곳은 거의 다 가 봤으며, 주변인 요코하마와 가마쿠라 등도 잘 다녀 왔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제가 가야하는 곳은 오사카였습니다. 처음에는 도쿄가 아닌 점이 아쉬웠으나, 약 3개월간의 도쿄 생활을 통해 도쿄는 너무나도 사람이 많고, 물가도 생각보다 비싸며 도쿄 23구 안에서 집을 구하려고 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외곽으로 멀리 나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사카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 도착한 오사카는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부산 출신이라서 더 그렇게 느낄수도 있지만, 도쿄는 조금 차갑다는 생각이 든 반면, 오사카는 부산같은 느낌이 강하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오사카 생활은 괜찮았습니다.
사실 오사카 생활이 정말로 인생에서 완전히 혼자 사는 첫번째 기간이 되었습니다. 쉐어하우스에서 살던 도쿄 연수 시기와 달리, 사택에 거주하면서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야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미 다 해둔 상황이었고, 주거에 대한 부분만 처리하면 되는터라 남들보다는 훨씬 편했습니다.
쉐어하우스에서 쓰던 일부 짐들은 우체국 택배로 보냈으며, 도일할 때 들고 갔던 캐리어 두개에 짐을 가득 담고 넘어왔습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우체국 짐을 바로 받지 못하여서, 빈 방을 대충 닦은 다음 가져온 옷을 깔고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던 전등을 사야 했으며, 정말 아무런 옵션도 없던 집이었습니다. 그렇게 내부도 채워넣고, 개인 짐 정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재택 근무가 주력이기 때문에, 현재 사는 1K구조의 집이 정말 괜찮게 느껴집니다. 단 하나 아쉬운점은, 올덴카 - 가스 대신 전기로만 냉난방, 조리 하는 집으로서 이게 제일 아쉽습니다. 기본 전기료 자체가 높으며, 에어컨이나 난방을 하면 금방 1만엔, 약 10만원은 쉽게 나옵니다. 특히 저녁 목욕할 때 제일 힘듦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심야 전기로 물을 미리 데워둔 상태로 종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전에 온수를 좀 빼 쓰면 저녁에는 그만큼 적은 양의 온수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더군다나 집의 문제인지, 온수를 빼 쓰면 저녁에 욕실쪽 온수는 잘 안나옵니다.
그래도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부산 출신으로서, 적당한 직장을 잡으려고 하면 주면 공단을 들어가야 하거나, 수도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일본을 선택해볼까? 해서 일본을 선택했거든요. 현재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 과연 취업을 해서 살고 있었을까? 수도권에 살면 내가 월세를 지불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아직 적당한 직장에 취업하지 못한 친구도 있으며, 취업은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고의 월급을 받으면서 최고의 직장인으로 살 수는 없지만, 반대로 정말 평범한 삶을 산다고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년이나 더 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비자는 5년짜리 비자를 받았으며, 현재 상황에도 만족하고 있거든요. 다음번에는 간단한 팁들, 추천하는 것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